- [기고문] ‘평의원회’ 직원 참여 10년의 소회(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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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2020-10-19 10: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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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원회’ 직원 참여 10년의 소회(所懷)
다음 달이면 직원이 평의원회에 참여하게 된 지 10년이 된다.
본인 또한, 2010년 법인화 이전 11기 평의원회를 시작으로 하여 16기 평의원회까지 직원대표로 참여하였다. 평의원회는 불편하고 어려운 자리였지만, 직원 대표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평의원회는 서울대학교의 운영과 발전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서울대학교 의사결정구조 최고의 대의기구이다. 이러한 평의원회에 직원이 참여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재 직원들이 평의원회뿐만 아니라 대학지배구조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은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공무원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조직을 이끌어온 선배들의 노력과 대학 의사결정구조에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에 동감하고 직원의 요구를 받아들인 평의원회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원들의 평의원회 참여 요구는 2005년 정운찬 총장 재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평의원회는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로서 대학운영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이므로 대학의 3주체(교수, 직원, 학생)가 참여한 의사결정만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으며 진정한 대의기구로 거듭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직원의 평의원회 참여를 요청하였다.
직원들의 본격적인 평의원회 참여 활동은 공무원노동조합 설립이 합법화되어 2008년 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하게 되면서 단체교섭을 통해 대학지배구조에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민주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대학운영의 효율화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학(총장)과 평의원회(의장)에 직원 참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와 같은 요구 결과 직원 3인이 2010년 11월 1일 제11기 평의원회에 의장 위촉 평의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1955년 4월 4일 서울대학교 평의원회가 구성되고 평의원회 규정이 제정 되어 65년의 역사 동안 다소 폐쇄적, 독점적이었던 구조 속에서 직원 참여를 결정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에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직원의 요구에 평의원회의 큰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의원회는 직원이 평의원회에 참여한 10년 동안 정관을 개정하여(2013년) 직원 참여 인원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또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평의원회와 직원 간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토론과 설득을 이어간 결과 이뤄낸 변화이다. 또한 이것은 대학의 의사결정 지배구조에 직원이 참여하는 것과 구성원의 참여 비율을 정하는 데에 평의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남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20대 국회에서 전재수, 김해영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시 21대 국회에서 조승래 의원, 전혜숙 의원에 의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울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조회가 전 기관에 공문으로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은 교수·직원·학생 등으로 구성되는 대학평의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사립대학은 15년 전인 2005년 12월 노무현 정부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대학평의원회가 도입됐고, 국·공립대학은 2017년 11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대학평의원회 의무설치가 제도화됐다.
사립대학은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처음 법으로 도입된 지 15년이 넘었으나 현재의 대학평의원회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현장에서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구성원의 대학 자치 참여는커녕 형식상 거쳐 가는 기구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공립대학도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지만 많은 대학은 설치 의무를 위반하고 있으며 대학평의원회 구성원 비율 등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특히 교수 단체에서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는 어떠한가? 우리 대학의 평의원회에서는 사립대학이나 국·공립대학의 평의원회와 기능과 역할 면에서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의원회 참여 비율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은 동일하지 않다. 교원은 교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각각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평의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지 않을까?
직원 평의원으로 10년 동안 활동한 본인은 ‘평의원회에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대학의 자치기구인 평의원회 구성원 비율을 법으로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대학 구성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두고 보면, 서울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이후에는 평의원회의 구성원 간 참여 비율을 놓고 갈등이 이어질 것이다.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다. 그러나 평의원회가 그동안 대학발전을 위해서 해왔던 역할과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서울대학교 구성원이 해내야 할 과제이다.
그동안 직원 평의원으로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평의원회가 대학 운영 전반에 걸쳐 얼마나 큰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향후 법률개정(안)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평의원회가 대학 의사결정구조의 대의기구로 흔들림 없이 대학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평의원회는 서울대 집행부의 견제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사위원회(학장)는 총장이 임명하고, 재경위원회는 기획부총장이 위원장이고 일부 외부 위원을 제외하면 다수의 집행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에 비해 평의원회는 집행부와 전혀 연관이 없는 선출직이다. 이 때문에 집행부의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견제기구로 볼 수 있다.
대학은 평의원회의 구성이 다원화된다고 하여 현재의 평의원회가 가지고 있는 기능과 역할을 축소하거나 절차를 달리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학교의 평의원회는 대학 집행부와 이사회를 견제하는 기능을 제대로 유지해야 한다. 대학평의원회가 단순 자문기구나 거수기의 역할을 하는 기구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평의원회는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 다수 대학의 선례처럼 단순 자문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고, 서울대 집행부의 견제기구로 제 기능을 다할 수도 있다. 법률 시행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다시 한번 구성원의 참여 비율을 정하는 데에 평의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남기기를 바란다.